수영 일지 #69 by 글로


(내가 찍으려던 피사체가 작게 나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인식의 문제인지 기술의 문제인지 잠깐 생각하게 된다. 이 사진의 경우엔 구름이다)


17일 자유 수영

25m * 10회 갈 때 킥판 잡고 자유형 발차기, 올 때 킥판 잡고 접영 발차기
25m * 10회 갈 때 자유형 올 때 배영
25m * 10회 한팔 접영
25m * 10회 갈 때 음파 발차기, 올 때 자유형
25m * 10회 접영 팔동작 연습

총 1,250m


1. 자유형 : 자세에 문제가 있다. 4스트록 1호흡을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한팔 접영을 하면서 숨쉴 때 고개를 드는 습관이 들었는진 몰라도, 하여튼 숨쉴 때 자세가 급격하게 무너진다. 예전엔 왼팔 스트로크가 너무 약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왼팔 스트로크를 할 때 물을 비키면서 쭉 나아가는 느낌이 들고, 오른팔 스트로크를 할 땐 숨쉬기 후 물 밑으로 납처럼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언제 이렇게 망가졌는지 망연자실해서 힘이 쭉 빠질 지경이었다. 초반에 그걸 느끼고, 접영을 연습한 다음에 팔꺾기 없이 스트레이트로 연습해봤지만, 숨쉴 때 폼이 망가지는 걸 고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좀 우울하다.

2. 배영 : 다시 팔꺾기를 잠깐 해봤는데(배영 팔 동작을 쭉 펴고 하게 되면 좌우로 팔이 닿는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좀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있다), 스트레이트보다 오히려 물이 무겁게 느껴지고 몸이 훅 가라앉아서 포기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배영은 프로 선수의 폼을 따라하려고 할 수록 느려지고 물을 많이 먹고, 최대한 편하게 할 수록 쭉쭉 빠르게 잘 나가는 것 같다. 내가 인식하는 것과 실제 몸의 동작의 괴리가 큰 탓일 것이다.

3. 접영 : 오늘은 한팔 접영을 하면서 유난히 입수킥과 출수킥에 손동작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혹시 오늘 좀 지쳤던 것이 아닐까? 입수킥 발차기가 잘 될 때랑 안될 때랑 느낌이 너무 분명하게 느껴지는데, 안될 때가 더 많아서 좌절감이 쌓이는 느낌이다. 



오늘 자유 수영은 뭐가 잘 안된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기분이 상당히 다운되었다. 수영장을 나와 키를 반납할 때마다 카운터의 직원분들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하는데, 오늘은 내 목소리가 인사가 아니고 무슨 탄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런 식으로 감정이 드러나는걸 보면 아직도 사람이 덜 되었다는게 절절하게 느껴진다. 

수영 일지 #68 by 글로

16일 강습 내용

25m * 04회 자유형
25m * 04회 배영
25m * 04회 평영
25m * 04회 한팔 접영
25m * 02회 접영(?)

총 450m



1. 자유형 : 숨쉬기도 힘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시선, 리커버리 중 반대 팔 기다리기, 발차기 중 어느 하나 신경써서 제대로 지킨 것이 없다. 당분간 팔 꺾기 없이 스트레이트로 연습하라는 강사님의 지시에 따른 것 뿐인데, 너무 많은 걸 엉터리로 했다. 슬슬 자유형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단 생각이 든ㄷ.

2. 배영 : 딱히 못한 것도 잘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강사님은 칭찬하셨는데.. 사실 잘 보고 하는 소린지 의심스럽다.

3. 평영 : 발차기를 끝내며 모으는 동작 다음에 몸이 흔들린다. 발을 모으는 것에 너무 신경써서 힘을 잔뜩 주니까 그렇게 된 거라고 한다. 역시 자연스럽게 힘 빼는게 수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다.

4. 접영 : 한팔 접영은 자유형보다 편하고 재밌는데, 양팔로 전환한 순간 물잡기 동작부터 엉터리였다. 리커버리 때 팔이 물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한팔을 잘하는 게 아니라, 남아도는 힘으로 억지로 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김예슬 전 국가대표 선수의 접영 영상에서, 한팔 접영을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자연스럽게 몸이 뜨게 되는 타이밍을 익히는 거라는 걸 보았다. 내일 자유수영을 한다면 다른 것보다 거기에 신경써서 해볼 생각이다. 힘보단 타이밍, 힘보단 타이밍.



어제부터 피를 마시는 새를 다시 읽고 있는데, 엘시 에더리의 사고 방식 중, 옳고 그름에 대한 단호함에 생각보다 많이 영향을 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 수줍음이 더해져, 상당히 비사교적인 인성을 형성하게 된 것 같다. 요즘 얼굴을 익힌 탓인지, 같은 반 회원님들이 이런저런 사담을 던져오는데, 맞장구를 치는 선에서 넘기며 느껴지는 당혹감이 있다. '왜 이 사람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이런 불평을 하는 걸까? 그것에 대해선 별로 말하고 싶지 않고, 저것은 분명히 이 사람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하지만 그걸 굳이 말해서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줄만큼 대답을 궁리할만한 애정이 있는 상대도 아닌데' 

대학 때부터 비슷한 감각을 느끼면서, 그것을 뻔뻔함이 만연한 세태 탓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최근엔 도리어 그 사람들의 뻔뻔함은 정상의 범주에 있는 것이고, 내가 분명 비정상적으로 개인주의적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즉 그것은 뻔뻔함이 아니고 인간으로서 극히 정상적인 관계의 오고 감에 대한 추구인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 내가 어떤 일을 옳고 그르다 생각하면서, 그 준칙에 오롯이 따르게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 뿐인데,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하나 제어할 수 있는 그러한 권리를,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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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