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R, 혹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by 글로

부모와 형제가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대학 2학년 때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동생은 이에 대한 쇼크로 급성 간경화가 온 것이다. 각각 다른 병원에 입원했고, 두명의 의사가 나와 아버지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어머니는 의식 불명이었고, 동생은 24시간 혈장을 맞으며 노랗게 변한 얼굴로 잠들었다 깨어나곤 했다. 나는 옆에 있다가 식사 시간에 식판을 날라 먹여주고 화장실에 갈 때 도와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서 그저 두 사람의 얼굴만 주구장창 보거나, 몇 주 전에 산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토마스 만의 요셉 이야기를 읽었다. 담배도 술도 운동도 하지 않던 때라 답답한 마음은 그저 활자에 실어 다른 세상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의식이 없던 어머니의 표정과 상당히 담담했던 동생의 얼굴에서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 두 사람이 어느 정도는 그다지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4륜 구동차에 정통으로 받혀 골반과 어깨가 산산조각나고, 간이 작동을 멈춰 해독 작용이 망가진 두 사람이었지만 그런 끔직한 육체적 상황에 비해 그 표정은 그다지 아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진통제의 효과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죽음을 임박한 미래의 하나로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나는 미칠 것 같았다.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음에도 우린 그걸 알았다. 말 한마디가 무서워서, 우린 죽자사자 입을 다물고 어머니와 동생 곁에서 그저 버텼다. 입에 뭘 넣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눈을 뜨고 뭔가 부탁할 때 힘이 없으면 안되니까 묵묵히 입 속에 집어 넣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살아났다. 동생은 갑작스레 증상이 호전되어 다음 해에 수능을 무사히 치룰 정도로 좋아졌고, 어머니는 좀 더 오래걸렸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무사히 병원 문을 나섰다. 몇년 후 나는 군대에 갔고, 첫 휴가를 받아 집에 돌아오니 거실 소파에서 동생이 입을 반쯤 벌리고, 어머니와 똑같은 소리로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세상에 돌아온 기쁨에 머릿 속에 온갖 멜로디로 가득차 바람 소리에도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았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훈련소에서의, 곤란과 부대의 말도 안되는 일교차와 주야간 매번 두시간씩 들어가던 초소에서 손이 곱아들던 것도 다 잊고 멍하니 동생의 그 얼굴만 들여다 보았다. 황달기도 없었고 건조한 병실 공기에 갈라진 흔적도 없고 입술도 부르트지 않은 그 얼굴을. 죽음의 예감과 그걸 수긍하는 느낌도 없이 눈을 감고 우렁차게 코를 골면서, 그곳에 있으면서도 그 정신은 다른 공간에서 말도 안되고 논리를 벗어난 꿈의 세계를 거닐고 있는듯한 모습을. 

건강보험 공단에서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 DNR, 즉 특정 조건하에 소생시키지 말라고 하는 요지의 내용을 미리 받아두는 것이다. 처음 이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거의 즉각적으로 나도 서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병실에 누워있던 어머니와 동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죽어가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임박한 미래를 받아들일 수 있다. 현실을 더 부정하게 되는 것은 멀쩡한 가족들이다. 어머니와 동생의 주치의가 두사람이 서명한 DNR 문서를 들고 와서 우리 앞에서 두 사람 몸에 주렁주렁 매달린 전극과 링거들을 죄다 뽑았다면? 그 두명 뿐만 아니라 우리 네명은 아마 지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어머니가 나는 어릴 때부터 죽은 듯이 잔다고 했다. 그러다 경기를 일으켜 응급실을 간게 한두번이 아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아버지는 술에 취해 들어오면 내 방문을 열고 내가 어떻게 자고 있는지 확인하신다. 나 자신에겐 경기를 일으킨 기억도, 죽은듯이 축 늘어진 잠도 기억에 없다. 그저 현실이 뒤틀린 꿈과 따사로운 아침 햇살뿐이다. 나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침대 옆에 있을 가족들이 있는 동안에는. 내가 꿈의 바다로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면, 그 뒤에 어떻게 할지는 아직 낮의 햇볕 아래 걷는 사람들이 그 자신들을 위해 결정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수영 일지 #81 by 글로

18일 자유수영

25m * 04회 접배평자 워밍업
25m * 20회 킥판 잡고 자유형 50m, 그냥 자유형 50m 
25m * 18회 스노클 끼고 자유형 100m, 그냥 자유형 50m 
25m * 04회 접배평자 쿨다운

총 1,150m


1. 자유형 : 최근 배영을 하면서 킥에 의한 추진력을 느끼게 되었다. 팔동작과 킥의 박자가 맞으면, 팔 동작 후 글라이딩 할때 킥으로 슝~ 하고 더욱 전진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자유형에서도 (당연하겠지만) 비슷한 느낌이 있어야 제대로 발차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오늘은 발차기로 인한 추진력을 느끼는데 주력해서 연습했다. 백승호 선수의 자유형 시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리커버리가 끝난 손이 입수하여 글라이딩을 시작할 때, 킥을 이용해서 롤링과 동시에 활강하는 느낌을 갖도록 연습한 결과, 평소 25개 이상이던 25m 스트로크 갯수를 20까지 줄일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글라이딩에 맞춰서 킥을 좀 더 강하게 차야 하는데, 드럼을 연주할 때의 경험이 조금 도움이 되었다 (강약 약강 약약 강약 약강.... 같은 느낌으로 동일한 간격으로 필인을 넣을때 강약으로 변칙적인 느낌을 주는 식으로).

2. 그 외 영법 : 그냥 워밍업 쿨다운 때만 했다. 



강사님이 중급반으로 넘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하셨는데, 우리 수영장의 중급반은 정말 하드해서 넘어가서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일단 오리발을 사보고, 중급반의 강습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지 자유수영을 하는 날에 시험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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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