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시편 에우레카 7 - 그것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네가 좋다고 외치는 바보들의 이야기. by 글로

2005년 교향시편 에우레카7 TVA가 방영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한심한 이야기였습니다. 렌톤은 너무나도 볼품없는 소년이었고, 에우레카는 벽창호였으며 홀란도는 되다만 어른이었고 타르호는 소심했고, 도미니크는 고지식하고 아네모네는 어리석었습니다. 중심 축을 담당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부족하고 결점투성인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마 그런 이야기 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모든 사랑은 나와 당신 두 가지의 아이덴티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모두 아이덴티티를 찾는 길 위에 있으며, 그것을 찾기 위해 별 짓을 다하게 됩니다. 갖가지 나이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면서 겪게 되는 진짜 자신에의 길. 쿄다 토모키 감독은 그러한 우습고 초라한 모습을 50화라는 긴 시간에 걸쳐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렌톤을 비웃으며 보기 시작한 사람은 결국 같이 콧물흘리고 눈물 질질 짜게 됩니다. 만약 그 사람에게 연인이 있다면..

에우레카의 가장 멋진 점은 그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가장 한심한 모습으로 네가 좋다고 외치는 바보들이 모두 보답을 받는 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되고, 연인이 됩니다. 이야기에 있어서 이보다 더 적합한 결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적합한 결말이 다 충분한 결말은 아닙니다. 요령이 없어 고민하고 바닥을 긁으며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엔 스트레이트로 돌격하는 자폭 타입의 렌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면서, 그 사랑의 결실에 환호하다가 가장 끝의 결말을 본 사람들 중 몇몇은 아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싶었을 겁니다. 생판 남인 두 사람의 행복을 이렇게나 빌게 만들 정도로 좋은 이야기인지, 아니면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넉넉하게 작용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여튼 제작사 본즈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그리고 돈이 된다고 생각한 관련인들도 있겠지요. 그렇게 에우레카 7의 극장판 제작이 결정되었습니다.

대개의 극장판의 경우 기존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아니면 인물만 빌려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쪽으로 진행됩니다. 에우레카 7극장판은 이 두 경우 모두에 속합니다. 기존 TVA의 이야기를 완전히 긍정하고, 그 이야기가 다른 시간축 상의 렌톤의 세계에 영향을 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개해나갑니다. 이것은 극장판 중에 지구 최고 사이즈의 러브러브 조각이 그대로 나오는 컷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 서툰 편입니다. 같지만 다른 인물들이라고 말하기엔 에우레카-렌톤과 도미닉-아네모네 사이의 감정의 끈끈함이나, 아네모네의 연령대에 따른 성격의 차이가 처음 보는 인물들에겐 너무 급하게 고조되거나 바뀐다는 인상을 줍니다(하지만 원작에서의 그 우여곡절을 회상해서 겹쳐버리면 해소됩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론 같은 인물들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보기엔 월광호 승무원들의 행동거지는 좀 급진적으로 바뀐 면이 있습니다. 등짝을 보자는 장면에서의 그 캐릭터들의 그 행동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정말 패러랠 월드로서의 캐릭터 확립에 선을 긋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극장판에서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화된 탓인지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후자인 탓으로 볼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입니다(○○와 나이에 관한 갭이 실제론 그 연령대 만도 못한 짓을 해대는 어른 세대들에 대한 비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처음 극장판을 보는 사람에겐 좀 불친절하단 인상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팬에게는?

도미니크의 의젓한 모습이라든가 렌톤과 에우레카의 어릴적 사이좋은 모습이라든가 과감하게 데이트를 선언하는 렌톤의 모습이라든가 시종 조마조마하게 해놓곤 결국 손잡고 염장지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도미닉 아네모네 커플이라든가 마지막으로 모든 일이 다 끝난 뒤에도 모 부대원이 아닌(태그참조) 렌톤이라든가!!!!!

그냥 보는 내내 좋아죽었습니다. 남 잘된 꼴이 이리 보기 좋다니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염장이 이렇게 좋다니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저 서툴고 삶이 민망한 사람들이 잘되는 모습이 이렇게 행복을 주다니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이게 정말 저 커플 찢어 죽이기 라제폰 감독의 작품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요.

극장판의 개봉은 이미 완료되었지만 이번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19일과 25일 상영작으로 올라가있고 온라인으로 예매가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블루레이로 출시되었습니다. 어느쪽으로 접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귀여운 니르밧슈와 디 엔드의 모습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덧글

  • 광대 2009/06/30 22:52 # 답글

    아 오늘 50화봤는뎁 ㅋㄷㅋㄷ 극장판도 봐야겠군요!! 아 완결의 여운이 ㅜ,.ㅜ
  • 글로 2009/06/30 22:55 #

    수도권 사시면 좀 나들이 멀리 나간다 생각하시고 극장에서 보면 좋을 듯하네요. 워낙 TVA의 액션신이 좋아서 큰 갭은 느껴지지 않지만 음향적인 측면에선..
  • laystall 2009/07/01 13:24 # 답글

    정주행 결심했슴다.
  • 글로 2009/07/01 16:09 #

    좋은 작품이니 꼭 완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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