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M705 마라톤 마우스 더블클릭 현상 수리 by 글로

0. 잡설

잡설이라 서정적인 기분에 잠길 상태가 아니라면 스킵하고 1. 로.

어릴적 날 평소에 좋게 봐주시던 분이, 갑자기 부팅이 안된다며, 너는 똑똑하니까 한번 고쳐서 써보라고 사용하던 486 PC를 주신 적이 있다. 바이러스에 당했거나, 아니면 하드파킹 없이 그냥 껐다든지 해서 부트섹터가 날아갔는데, 원주인은 하드웨어 문제인 줄 알고 분해했다가 뭔가 잘못 꽂아서 아예 부팅이 안되는 상태였던 것이다. mdir 에서 게임이나 찾아 실행할 줄 알았던 꼬맹이는, PC잡지를 참고하여 부담없이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는 와중에 우연히 제대로 부품들을 장착하는데 성공했고, 검은 모니터에 회색 글씨로 missing operation system 이 반짝이는걸 보게 되었다. 3.25인치 디스켓을 들고 친구의 집을 여러번 오가며, 마침내 그 모니터에 mdir을 다시 띄웠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나는 한번 물건을 들였다 하면 어지간해선 팔거나 교체하지 않는다. 고장이 났어도 일단 수리부터 하고, 안되면 인터넷에서 자가수리 방법을 검색해본 다음에, 그것도 불가능할 때에야 비로소 포기한다. 생명이 없는 기계라곤 하지만, 그것이 되살아나서 원래대로 기능하는 것을 보면 뭔가 충족되는 그런 기분이 든다.

여튼 그래서 이번엔 로지텍 M705 마라톤 마우스다. 2016년 블프 때, 아마존에서 19달러에 직배송을 해주길래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고 구매했는데, 같이 들어있던 배터리 그대로 지금까지 사용 중이다. 내 기준에선 버튼이 쓸데없이 많은 편이긴 한데(나는 뒤로가기, 앞으로 가기 버튼을 쓰지 않고 키보드 숏컷을 사용한다. 웹 서핑중에도 일단 페이지를 클릭 한 뒤엔 스페이스바와 페이지 업다운 키를 주로 쓰는 편이다), 그래도 요즘 마우스 치고는 간결한 편이고, 높이가 손에 딱 맞는다. 무선인데도 마라톤 마우스라는 이름답게 일년 팔개월이 다 되도록 처음 배터리로 사용 중이니, 한창 사용하는 중에 전력 부족으로 애먹은 경험도 없다. 

그런데 한 일주일 전부터 더블클릭 증상이 나타났다. 새로 사자니, 더블클릭 증상 외에는 아주 상태가 좋다. 해외 구매상품이라 AS는 안된다. 그래서 자가수리를 결심했다.




1. 더블클릭 증상에 대해

검색한 결과 대충 다음과 같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더블클릭 현상이란건 즉 한번 클릭한 것이 두번 클릭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1. 이 고장이 발생했는지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웹페이지의 글씨를 죽 드래그해서 선택한 상태로 위아래로 움직여 보면.
  2. 고장이 없다면 처음 선택한 부분을 기준으로 마우스 움직임에 맞춰 선택한 부분이 바뀌지만, 고장났다면 중간에 움직임이 멈춘다.

원인과 해결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스위치와 버튼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
  1. 여러번 사용하다보니 스위치와 버튼이 닿는 부분이 마모되어, 클릭할 때만 잠깐 닿았다가 다시 벌어지는 경우.
  2. 버튼 하단의 스위치와 닿는 부분에 뭔가 붙여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스위치 내부의 접점에 문제가 생겼다 : 
  1. 스위치를 누르게 되면 안의 접점이 붙으면서 붙었다는 신호를 보내준다. 
  2. 이 접점과 접점 사이에 이물질이 끼였거나, 너무 많이 사용해서 접점의 판이 장력을 잃게 되면 누르고 있어도 떨어진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3. 스위치를 새로 사서 갈거나, 아니면 스위치를 분해해서 접점 부분을 청소해주거나, 구부러진 접점을 펴주어 장력을 복원시켜주면 된다.

이 정도 알면 되었다 싶어서 뜯어 보기로 했다.




2. 삽질과정


로지텍 M705의 분해는 아주 간단하다. 기타 픽이나 안쓰는 포인트 카드 같은 걸로 글라이더를 살살 들어내고, 또 배터리 넣는 부분의 스티커를 떼어 내면, 숨겨진 나사가 보인다. 총 다섯개의 나사를 풀어주면 된다.




살짝 힘을 주어 위 아래를 반대방향으로 당기면 간단히 열린다.
  1. 위쪽 인디케이터와 하부 보드와 연결된 선이 있으므로 너무 세게 잡아당기지 않도록 주의
  2. 저 선은 결합부를 잡고 좌우로 흔들며 당겨주면 빠진다.
  3. 악력이 부족하다면 아빠 찬스를 쓰자.



사진으로 잘 안보이는 것 같지만 상부의 버튼, 즉 왼쪽 클릭 버튼 하단의 스위치와 닿는 부분이 마모되어 패여 있는 상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라, 드레싱(먹는 드레싱 말고 환부에 붕대를 감는 것)에 쓰이는 3M 종이 테이프를 작게 잘라 붙여주었다.




하단을 보면 옴론 스위치가 눈에 들어온다. M705의 경우 왼클릭과 오른클릭 버튼이 상하 대칭 상태로 삽입되어 있다. 이제 저 사진의 주황색 부분에 가늘고 튼튼한 무언가를 찔러 넣어 분해할 생각이다.




처음에 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틈이 좁았다. 그래서 얇은 바늘로 도구를 변경.




별로 힘을 주지도 않고, 바늘을 슬쩍 들이 밀었을 뿐인데 뾱, 하고 케이스가 열린다.
  1. 반대쪽에도 바늘을 넣어주던가, 아니면 이미 열린 부분을 잡고 살살 흔들어 빼도 된다.
  2. 다만 흔들어 뺄 경우 좌우로 너무 흔들거나, 한쪽이 닫힌 상태로 열린 쪽을 너무 벌리면 안의 접점이 휠 수 있으니 조심.



모습을 드러낸 접점




확대하면 저렇게 생겼다. 아래의 구조물에 얇은 판이 끼워진 상태. 스위치를 누르면 주황색 박스 부분의 아랫 돌기와 판이 닿으면서, 스위치가 눌렸다는 신호를 보낸다.

  1. 일단 저 사이를 WD40을 뭍힌 면봉이나 얇은 휴지 같은 것으로 닦아 주면 이물질에 의한 고장은 해결된다. 
  2. WD40을 발라준 뒤 잠시 후에 잘 닦아내는 것을 잊지말자. WD40은 윤활유가 아니라 녹 제거제라, 발라진 상태로 냅두면 좋지 않다.

되도록이면 이 단계에서 일단 다시 조립해서 고장 증세가 없어졌나 확인 해보자. 사라졌다면 축하한다! 

하지만 여전하다면, 사진의 판 같이 생긴 부분의 장력이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내가 이 경우였다. 그리고 이제부터 고생길이 시작된다.




접점 부분의 판은 핀셋으로 살짝 흔들어 주면 의외로 쉽게 분리할 수 있다. 
  1. 분해 전에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결합상태를 되도록 꼼꼼히 확인하고, 이왕이면 배율을 높여 사진을 찍어두는 게 좋다. 
  2. 또 반드시 분해 전에 접점 판을 살살 눌러서 클릭감이 어떤 느낌인지 확인한다.

분해했다면 
  1. 장력을 주는 부분을 살짝 눌러서 조금 펴준다. 
  2. 접점과 닿는 스위치 하부의 금속 돌기도 핀셋이나 바늘로 살짝 펴서 접점과 잘 닿게 한다. ㄱ자로 되어 있으니, ㄱ 끝을 살짝 위로 올려준다는 느낌으로.

그 다음에 다시 판을 결합해야 하는데... 이게 요령이 없으면 판만 휘어지고 힘들다.




  1. 먼저 (1) 위치에 판을 밀어넣고, 판 중간의 장력을 정하는 오목한 판이 하부 중간의 돌기 위에 오게끔 자연스럽게 올려놓는다.
  2. 판 끝부분을 (2) 꼭지에 끼워 넣는다.
  3. 마지막으로 바늘로, 위에서 오목한 판의 끝 부분을 살살 눌러, 아래의 돌기에 잘 끼워 넣는다.

제대로 결합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완료 후 (1) 부분을 눌러서 똑딱거리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결합된 경우, 스위치 껍데기까지 씌워서 눌러보면 마우스 특유의 딸각 소리가 난다. 

안난다고? 뜯어서 다시 하는 수밖에.. 될 때까지.. 


여튼 마무리 했다면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해서 테스트 해본다.




3. 후기



접점의 장력을 주는 판을 너무 많이 폈는지 클릭 소리가 커지고 클릭에 필요한 압력이 약간 늘어났지만, 더블클릭 증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접점 결합을 잘못해서 두번 정도 분해와 조립을 반복했음에도 수리하는데 든 시간은 30분 정도.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더 좋은 점은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생겨나도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스위치 접점을 분해할 경우, 이런 수리를 해본 경험이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 다른 마우스로 한번쯤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글로는 잘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 읽는 편이 더 이해가 될 것이다.



덧글

  • 감사! 2018/05/17 23:17 # 삭제 답글

    덕분에 돈들이지 않고 마우스 잘 고쳤어요! 감사합니다♡
  • 글로 2018/05/18 00:00 #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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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