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플렉스 2018 런 Nike Flex 2018 RN by 글로


사용한 신발들의 마일리지


1. 무엇을 살 것인가.


수술 후 과체중이던 시절엔, 몇달 달리면 운동화가 터져나갔기에 소모품에 너무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아 그냥 사이즈 맞고 싼걸로 시장바 닥에서 사서 신곤 했다. 그러다 나이키 에볼루션을 선물 받고, 달리기에 대해 진지해지면서 운동화는 다음의 조건을 고려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1. 눈에 잘 띌 것
야간에 뛰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맞은편에서 오는 런너들을 발견하는게 때로는 무척 어렵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안의 운전자는 오죽하겠는가. 너무 화려하다 싶어도 일단 빛을 받았을 때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을 고르는게 목숨을 구하는데 좋다. 지금까지 운전자 쪽에서 감속해서 사고를 겨우 피한 적이 두번 있었는데(변명을 하자면 차선을 침범해서 좌측 차선으로 넘어와 좌회전해 골목에서 나오는 차량들이었다), 상의와 하의, 헤드셋에 달린 반사태그와 빛을 받으면 요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발의 패턴과 색상들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치였을 것이다.

2. 부상을 예방해 줄것
나는 발볼이 넓고 발등이 높고 발이 작다. 때문에 쿠션에 치중한 신발들을 신을 경우 발이 좌우로 벗어나고 바닥이 물렁한 탓에 쉽게 발을 헛디디며, 쓸리는 구간이 많다. 그런 면에서 루나론을 차용한 루나 시리즈는 영 불편했고(너무 푹신하고 발 안쪽의 아치를 지지하는 부분이 너무 튀어나와서, 뛸 때는 괜찮지만 지쳐서 걸을 땐 발이 위 아래로 너무 아팠다), 에어 줌 계열의 페가서스나 스팬, 스위프트 계열과 잘 맞는 편이었다. 

3. 튼튼할 것
10만원 전후의 신발을 일년에 서너개씩 갈아치울만큼 돈을 많이 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내구성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몇년 달리면서 알게된건 신발 자체의 내구성만큼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똑같이 500km를 달려도 한 신발만으로 죽 달린 것과, 두 신발을 번갈아 가면서 총합 1000km를 달린 경우 후자의 신발들 상태가 더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작년 섬머 할인에 에어줌 계열의 페가서스 31과 줌 스팬을 동시에 구매, 번갈아 사용하며 약 10개월간 오직 달릴 때만 착용하고, 운동 후 매번 밑창을 분리해 햇볕에 몇시간 살균해주며 내부를 털어주는 식으로 사용한 결과 500km를 넘었음에도 꽤 양호한 상태로 유지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세일에도 비슷하게 구매할 생각이어서 일단 페가서스 34를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 줌 스팬이 판매 목록에서 아예 사라진 것이다.




2. 선택 과정


줌 스팬 대신 구매 목록에 올랐던건 당연히 페가서스 계열이면서 더 저렴한 스위프트였지만, 줌 스팬을 쓰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탈락하게 되었다. 

줌 스팬은 분명 줌 계열이고 기본적으로 페가서스31 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쿠션이 앞부분에 추가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더 푹신한 느낌이다. 너무 쿠션이 좋은 건 발 구조성 부상의 위험이 있었지만, 스팬을 신고 운동 할 때와 페가서스를 신고 운동할 때 각각 다른 부분의 근육이 자극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느낌상' 그 다르게 자극 되는 것이 전체적으로 합쳐져서 균형있게 몸을 단련시켜주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스위프트는 페가서스 34와 구조적으로 너무 동일해 보인다(페가서스 염가판? 이니 당연하다). 스트럭쳐 계열도 밑창이 완전히 동일해서 역시 제외.

다음으로 봤던게 할인폭이 컸고 로망이 있던 모션 플라이니트 2017 이었는데 발목을 덮는 부분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나는 몸에 열이 많고 발 볼이 넓은데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패스.

그 다음 후보가 프리런 커뮤터였다. 그런데 색깔이 너무 무난하다. 조깅과 캐쥬얼 패션을 잡은 컨셉이라 그런지 정말 눈에 띄지 않는다. 넘길까.. 하고 보다가 눈에 들어온게 같은 계열의 플렉스 2018 런(건스모크)이었다.

1. 일단 화려해서 눈에 잘 띄고
2. 루나론도 아니고 줌 계열도 아닌 프리 런 계열인데 리뷰를 찾아보니 프리런 계열은 쿠션이 덜한 편이라고 한다
3. 밑창을 보니 자갈등이 박혀 갈릴 것 같은 구조도 아니고 내구성이 아쉬울 만큼 비싸지도 않다(할인해서 오만구천)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flex 2018 rn에 대한 리뷰는 없었다. 국내 국외 모두.. 그래서 일단 주문해 보고 내가 간단히 써보기로 했다.



3. 실착해보니


받아보자마자 와 이건 특이하네 싶었던 것들은

1.뒤꿈치 내부에 지지대가 전혀 없다
지지대가 없으면 수지로 안팎에 경화시켜 놓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그런것도 없이 그냥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 손으로 누르면 그냥 내려 앉는다.

2. 페가서스 계열처럼 플라이와이어가 적용되어 있고 앞쪽까지 넓은 편이다.
그 덕에 발볼이 넓어도 불편함이 없다. 호빗같은 내 발에도 답답하지 않게 잘 맞는다. 앞쪽에 빈공간이 남지도 않는다.

3. 쿠션이 정말 없다
걸어보면 분명 밑창에 충격이 흡수되긴 하는데 그게 말랑말랑한 느낌이 아니다. 발맛사지기 위를 걷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뛰어보면 느낌이 또 완전히 바뀌는데 발맛사지 같은 느낌은 줄어들고 플랫하게 발 앞쪽이 지면을 차는 느낌이 생생하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양쪽으로 맨발로 뛰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것들로 인해 실제로 달리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는데

1. 보통 새 신발을 샀을 때 겪게 되는 발꿈치나 발가락 위쪽, 좌우의 쓸림이나 만곡 같은 적응과정이 전혀 없다.
정말로 맨발로 상태인 것처럼 굉장히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착화가 된다. 바로 10 km를 뛰고 왔는데 발의 특정부위가 쓸리거나 과중하게 피로가 누적된 느낌이 전혀 없다.

2. 신발 아래의 상태를 꽤 세밀하게 파악 할 수 있다. 
쿠션이 없는 건 아니라서 그렇게 자극적이진 않은데.. 여튼 좀 신선한 느낌이다.

3. 스트레칭 할 때 맨발로 하는 느낌이다. 
쿠션 때문에 균형이 깨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통 발이 구부러지는 스트레칭에서 신발이 대신 장력을 받아주던 것이 사라져 그대로 신체에 하중이 실린다. 이건 사람에 따라서 장점일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을듯.

결론적으로 실내에서 러닝 머신을 쓰거나, 혹은 트랙에서 달리며 크로스 트레이닝을 겸해서 쓰기에는 굉장히 좋은 신발인것 같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여벌로 하나 갖춰두는 용도로도 좋겠다(신발을 길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 다만 경사가 고르지 않은 비포장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 뛰기에는 적절치 않은 신발인 것 같다. 

지금 일주일에 한번 정도 트랙에 나가서 800 Yasso 훈련을 해볼 계획이 있는데 아마 그 때 위주로 사용하고, 일반적인 공공도로 달리기에선 기존의 신발 두개에 페가서스 34를 섞어서 사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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