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일지 #8 by 글로



온다는 비는 어디간 것인지 새벽부터 습도가 높아 수영장 가는 길이 힘들었다. 수요일보다 눈꼽만큼 더 달리긴 했는데..

앉아 킥 500회를 하고나니 강습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킥판 잡고 발차기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강사님이 갑자기 이쪽으로 오라고 하더니 자유형 팔돌리기를 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이제 슬슬 이 강사님 스타일을 알 것 같다. 되던 안되던 일정 시간 지나면 다음 단계다. 그리고 시범은 보여주지만 따라하면서 자세에 틀린 부분이 있어도 일일히 교정해주진 않는다. 좋게말하면 강하게 키우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가르치는데 별로 열의가 없는 것이다. 혹은 가르치는데 별로 소질이 없거나.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입에 풀칠하던 입장이라 소소하게 이해가 갔다. 이 아이한테 먹히던 교수법이 다른 아이한텐 먹히지 않는다. 열심히 준비해서 가르쳐 놓아도 쫓아오는데 열의를 보이지 않으면 낙심이 된다. 또 정들여 공들여 가르쳐 놓았는데 한달 후에 부모님의 사정으로 내 손을 떠난다... 그런 일을 계속 겪다보면, 새로 온 학생에게 공을 들이는 것이 점점 허무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성수기엔 내 열심과는 상관없이 일정한 인원수는 들어오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전 그런 학생이 아니란 말입니다 강사님 제발 좀... 하고 매달려 보기엔 또 나이로 인한 쓸데없는 자존심이 입을 가로 막는다. 성별 차이로 인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에휴.

여튼 음파 발차기도 제대로 안되는데 팔돌리며 음파가 될리가 있나. 물을 엄청나게 먹었다. 첫 한번 팔돌리며 숨쉬는건 잘 되는데, 두번째부터 숨이 차서 물을 먹게 된다. 연속으로 하는걸 포기하고 한번 돌리고 한동안 유선형 발차기 하다가 다시 한번 돌리고 하니, 물은 안먹지만 대여섯번 숨을 쉬고 나면 지친다. 그래도 아주 안되는건 아니니 다행이다.

강습 끝나고 보통 한시간 더 연습을 하지만, 오늘은 앉아 킥 1000회를 하고 유선형 자세 발차기로 레인을 4회 왕복하니 진이 빠졌다. 물 속에 있는데도 서 있으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30분 만에 마무리하고 올라와 몸무게를 재어보니 어제랑 그제 좀 많이 먹은 것 같은데도 체중이 오히려 줄었다. 아마 탄수화물이 부족한 모양이다. 

다이어트 하려고 운동하는게 아니니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은 제대로 하도록 조심해야겠다.

걸어오며 공원에서 풀업 바를 잡아봤는데 굵기가 거의 내 주먹만해서 도저히 제대로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어른들은 이런 걸로 운동할만큼 다들 손가락이 길고 악력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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